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로서의 영화제”를 꿈꾼

10년
이전 이후

자유낙하

Free Fall
기요르기 폴피 György PÁLFI
Korea, Hungary 2014 80min DCP Color Fiction
Director’s Note

전주국제영화제로부터 디지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장편영화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메일을 받은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 나는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가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어떻게 하면 세상에 유용한 감독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참이었다. 당시 헝가리 영화산업은 3년 동안 멈춰 있었고, 내 능력을 발휘할 기회 또한 없었다(안타깝게도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이곳 영화계 상황은 여전히 비슷하다). 전주의 제안을 받고 나는 물속으로 끝없이 가라앉다 물 밖으로 겨우 헤엄쳐 나와 숨을 쉴 수 있게 된 기분이었다. 전주는 내가 계속해서 창작자로 살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고, 그래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자유낙하>를 촬영한 6개월은 놀라운 시간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함께 작업한 이들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 사전 준비 없이 8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꽉 채워 장편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뜻밖의 기회였다. 한 사람의 인생에 이와 같은 기적이 찾아오는 것은 매우 드물다. 영화를 ‘정석대로’ 찍지 않아도 됐고, 완성된 대본을 제출할 필요도 없었다. 불필요하게 몇 달 혹은 몇 년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지 않을 수 있어서 마음에 부담도 없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외부의 개입이나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작업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주어진 시간과 예산만 지키면 됐다. 대본을 쓰며 내용을 구체화해 나가면서 프리 프로덕션을 시작했다. 배우들과 피팅룸에서 나눈 아이디어를 대본에 포함시킬 만큼 자유로운 작업이었고, 그리고 싶었던 초현실적이고 부조리한 세계에 내 개인적인 느낌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진심 어린 사랑과 감사를 담아 전주시네마프로젝트 10주년을 축하한다. 앞으로도 프로젝트가 계속되기를 바라며, 더욱 많은 영화인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기를 소망한다. 헝가리 표현에 ‘신이 당신의 귀가 발목에 닿을 만큼 장수를 빈다’라는 말이 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와 영화인들에게도 같은 기원을 보낸다. 기요르기 폴피 György PÁLFI

Filmography

<택시더미아 Taxidermia>(2006), <파이널 컷- 레이디스 앤 젠틀맨 Final Cut: Ladies and Gentlemen>(2012), <콘택트: 지구 최후의 날 His Master’s Voice>(2018)

Critic’s Note

권태가 직조해낸 이야기
인물의 무의식을 표현하는 은유적인 이미지는 대개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그러한 이미지는 헝가리의 괴짜 감독 기요르기 폴피 특유의 음침한 분위기가 낙관처럼 찍혀 있는 <자유낙하>에서도 압도적으로 두드러지지만, 감독은 관점을 살짝 비틀어 이를 나이 든 여인의 시선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그로테스크한 일들을 에피소드식으로 구성하는데, 각각의 에피소드는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려던 여인(몰나르 피로슈커)의 눈으로 목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독립된 실내극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인은 사회주의가 붕괴한 이후의 비참한 삶과 따분한 남편, 남편과의 형식적인 대화, 서로에게 행하는 고약한 행동 등을 모두 뒤로하고 세상을 떠나고자 한다. 그러나 자살 시도 후, 여인의 눈에 들어온 이웃의 비밀스러운 삶이 뜻밖에도 의무도 열정도 없는 은퇴한 이가 겪는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게 만든다. 그것은 시간을 흘려보내 버리고 싶은 괴로운 충동이 발현시킨 연극, 즉 노년의 권태를 거스르고자 꾸며 낸 이야기인 것이다. 여인은 감염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으로 온몸을 비닐로 감싼 채 사랑을 나누는 연인, 모두 옷을 입은 모임에 홀로 나체로 등장한 여인, 그리고 집 안에서 커다란 소를 쳐다보고 있는 소년을 목격하게 된다. 소는 폭력적이던 소년의 양아버지 못지않게 무서우면서도, 동시에 혐오스러운 그의 얼굴에 묻어나던 방어적인 태도를 한꺼번에 갖고 있다. 영화 후반부에 감독은 소년과 여인이 본 것에서 받은 인상을 변증법적으로 엮어 놓는다. 영화의 나머지 장면들은 흉하고 적의로 가득하다. 그러나 절망적이라 할지라도 주인공 여인의 상상을 나열해 전시함으로써 감독은 대표적인 조롱거리이자 업신여김을 당하는, 거슬리는 스타일에 관음증까지 장착한 한 나이 든 여인을 창조적인 동인으로 변모시킨다. 언너 바보시 Anna BABOS

 

제작 KMH Film(info@KMHFilm.com), Origo Film Group(film@origofilmgroup.com), Popfilm, Sciapode(info@sciapode.net), Vision Team
배급 Vertigo Média Kft.(forgalmazas@vertigomedia.hu)

AWARDS

2014 시카고국제영화제 골드 휴고상 후보

2014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감독상·레이블 유로파 시네마상 수상, 크리스탈 글로브 후보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JEONJU intl. film festival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