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조류인간> 이후 어느덧 10년이 지났네요. 왠지 그사이 혈기왕성했던 ‘영화 청년’의 시절도 지나간 기분입니다. 영화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뽑으라면 단연 <조류인간>입니다. 예비역들이 모이면 꼭 군대 얘기를 하듯, <조류인간> 관련자들이 모이면 무용담을 늘어놓기 바쁩니다. <조류인간>의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 다른 영화에 비해 인원이 훨씬 적은 걸 알 수 있어요. 조수 없이 각 파트 감독들만 참여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일당백’의 정신으로 촬영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대부분 장면이 다 기억에 남지만 가장 강렬한 건 소연과 한비가 눈 덮인 산속을 헤매는 장면을 찍은 남양주 축령산 자연휴양림입니다. 4일 정도의 촬영 일정 중 폭설로 휴양림에 고립되었습니다. 눈이 그치고 공포에 떨며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마트로 식재료를 사러간 기억, 엠티 온 것처럼 큰 방에 모두 모여 식사하던 기억, 눈길에 미끄러지는 스태프와 배우 등, 지나고 보면 술자리 안주가 되기 좋은 무용담들입니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동굴도 기억에 남네요. 문경에 있는 모산굴이었는데 밧줄로 장비와 소품을 내렸고, 사람들도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만 하는 곳이었습니다. 강경의 한약방도 기억나네요. 저희가 원하는 오래된 한약방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거의 세팅 없이 촬영했습니다. 촬영하면서 고생한 기억도 많지만 처음 시나리오를 볼 때 느꼈던, 환상적이면서 슬프고 웅장한 이야기에 압도된 기억도 납니다.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만들 수도 있구나’ 하면서 어떻게든 완성하고 싶다던 강한 열망. 거기에 홀린 듯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새가 된다’는 황당한 설정처럼 독특한 영화로 완성됐네요. 지금 다시 보면 허점도 많지만 그 강렬한 기운은 그대로인 거 같습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10주년을 맞아 <조류인간>을 다시 생각하니 뜨겁던 그때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게 해준 전주국제영화제에도 고마움을 느끼고요. 소위 “상업적”이라는 작품을 만드는 현 시점에서, 과거의 열정을 떠올리게 해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PS. <조류인간> 감상의 약간의 팁으로, 저희 제작사 작품 중 <동주>의 엔딩과 <조류인간> 엔딩을 비교해 보시면 조금 더 재미있으실 겁니다! 김지형 KIM Ji-hyoung
*김지형 KIM Ji-hyoung 프로듀서 노트로 감독 노트를 대신합니다.
<러시안소설>(2012), <동주>(2015, 각본), <카시오페아>(2021), <거미집>(2023, 각본)
껍질을 깨고 도약하는
‘조류인간’은 조류(鳥類)로 태어난 인간인 것일까, 아니면 인간으로 태어난 조류인 것일까? ‘새’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칠 자격이 되는지 심신의 검사를 받고, 위험한 산비탈을 오르고, 고통스런 과정을 감내하는 여자들은 너무도 인간처럼 말하고, 인간처럼 움직이고, 인간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스스로의 몸(인간적 몸)에 대해 불편을 겪고, 심지어는 불쾌까지 표한다. 다시 한 번, 그들은 인간인가 새인가? 여자들의 입장에서라면 그들은 언제나 새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 ‘새’였다면 새가 되기 위해 그렇게 애써야 했을까? 새가 아니었기에 새가 되기 위해 애써야 했던 것 아닐까?
한편 일종의 퀴어적 관점에서라면 그들은 인간의 몸을 가졌을 때부터 이미 새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은 새로 태어났거나 혹은 새로 태어났음을 삶의 어느 순간에 깨닫고, ‘트랜지션’을 감행하는 이들인 것이다. 그런데 어쩐 일에선지 ‘조류인간’은 모두 여자다. 반면 그들이 새가 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이들은 모두 남성이다. 조력하는 자는 아니지만, 조류인간의 완전한 반대항으로서의 남자가 바로 15년 전 집을 떠난 아내를 찾는 소설가 정석(김정팔)이다. 그는 누구에게나 퉁명스럽고, 만나는 거의 모든 이에게 처음부터 반말을 하며 웃는 일이 없다. 정석의 아내에게 그는 그녀 스스로의 새-됨을 깨닫게 하는 척박한 토양에 다름 아니었을 것 같다. 결국 이 영화의 모든 남자들은 조류인간들에게 있어 (어떤 이유에서건) 새가 될 수 있게끔 하는 존재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고, 그러면 조류인간은 더는 조류-인간이 아니게 된다. 그들은 조류가 된다. 영화 속의 시간상으로 과거에서만 표상되던 조류인간은, 과거를 잊고 현재를 위해 날아간다. 함연선 HAHM Yeon-Sun
제작 (주)루스이소니도스(woodyshin@hanmail.net)
배급 (주)루스이소니도스(woodyshin@hanmail.net)
해외세일즈 오퍼스픽쳐스(opus@opuspictures.com)
2014 모스크바국제영화제 금게오르기상 후보
2016 들꽃영화상 각본상 수상, 극영화 감독상 후보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