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산다>를 만든 지도 벌써 10년이 되어 갑니다. 저의 두 번째 영화 <산다>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고생했던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떠오릅니다. 강원도 평창에서 숙식하며 두 달여간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혼신을 다한 스태프, 배우 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시나리오가 완성되기까지 4년이 걸렸고, 50고가 되어서야 촬영 대본이 확정됐습니다. 저는 <무산일기> 이후 저에 대한 불신이 깊어져 있었습니다. 한 신 한 신, 한 테이크 한 테이크 찍을 때마다 저는 저를 신용할 수 없기에 오케이 사인을 낼 수 없었고, 어떤 장면은 80테이크까지 가서야 멈출 수 있었습니다. <산다>를 볼 때마다 스태프, 배우 들의 고생, 그리고 결국 극심한 피로에 쓰러져 촬영을 못 했던 저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어쩌면 저는 신기루를 좇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좋은 영화, 좀 더 사실적이고 진실에 가까운 영화를 찾아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목숨을 태워 신에게 도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제가 존경하는 시인이 한 말이 떠오릅니다. ‘불가능에 대한 불가능한 사랑.’ 좋은 영화를 만든다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불가능한 것을 만들기 위해 불가능한 노력을 하는 불가능한 사랑. <산다>를 찍은 후 2편의 장편영화를 더 만들었고 지금은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아직 좋은 영화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늘 고민하고 방황하며 제자리를 맴돌지만, 제가 그 열망과 거짓의 혼돈에서 진실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남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립영화 혹은 예술영화라고 불리는 이 시시포스의 신화에 끊임없는 헌신을 해온 전주국제영화제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박정범 PARK Jungbum
<무산일기>(2010), <산다>(2014), <파고>(2019)
이해를 향한 분투
한겨울 혹한이 몰아치는 강원도 숲속에서 나무를 패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산다>는 추위의 고통스러운 감각을 삶의 고통으로 치환하며 촉각적으로 주제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정철(박정범)과 수연(이승연)에게 고통의 근원이 되는 산사태로 무너진 집과 부모의 죽음은, ‘공동체의 죽음’이라는 하나의 상징적 명제로 영화 내내 자리하고 있다. 공동체가 무너진 후 수연과 정철은 각각 도피와 분투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려고 한다. 그러나 고통을 대하는 남매의 정신적 태도는 자학적이라는 측면에서 유사하다. 벌거벗은 자신의 등을 나뭇가지로 내려치는 수연과 홀로 산속에서 마치 사투를 벌이듯 집을 짓는 정철은 모두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과 죽음에 대한 공포에 휩싸여 있다. 그리고 영화 초반부, 임금을 횡령해 달아난 선배와 내통하고 있다는 동료들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선배의 집으로 찾아가 집 문짝을 떼어 오는 정철의 행동은 나와 내 가족이 살기 위해 다른 이들을 파괴시킬 수 있다는 정철의 절박한 심리와 연결된다.
그러나 영화는 살고자 다른 사람을 밟고 일어서야 한다는 자본의 논리가 정철을 점점 더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과정을 내내 묘사한다. 희망과 절망이 반복되는 이 잔혹한 먹이 사슬의 끝에서 정철이 깨달은 것은 결국 타인에 대한 연민이다. 수연을 데리고 서울로 떠났던 명훈(박명훈)은 누나를 끌고 가려고 온 정철을 향해 누나가 아프다는 걸 왜 모르냐며 절박하게 외친다. 영화 후반부, 정철은 언젠가 돌아올 누이를 위해 어린 조카와 함께 어두운 길에 가로등을 달고, 떼어 버렸던 선배 집의 문을 다시 단다. 정철이 이전에 알지 못했던 것,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것을 보듬어 안으려는 그의 변화는 역설적으로 그의 삶에 일말의 희망을 남긴다. 최은영 CHOI Eun Young
제작 세컨드윈드필름(bonlumiere@naver.com), 산다문화산업전문회사
배급 리틀빅픽쳐스(sales@little-big.co.kr)
해외세일즈 화인컷(cineinfo@finecut.co.kr)
2014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청년비평가상(2등상) 수상
2014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실버 아스토르 남우주연상 수상
2014 싱가포르국제영화제 특별언급(아시아 장편)
2014 도쿄필맥스국제영화제 도쿄필맥스 경쟁 부문 후보
2015 피렌체한국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2015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심사위원상 수상, 최우수 작품상·감독상 후보
2015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
2015 뮌헨국제영화제 시네비전상 후보
2016 들꽃영화상 대상 수상, 극영화 감독상 후보, 각본상 후보, 남우주연상 후보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