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로서의 영화제”를 꿈꾼

10년
이전 이후

우리 손자 베스트

Beaten Black and Blue
김수현 KIM Soohyun
Korea 2016 131min DCP Color Fiction
Director’s Note

영화제라는 것, 축제라는 것. 감독들에겐 아마도 쉼이나 재충전의 시간일 겁니다. 만나고 어울리고 마시고 떠들고 또 반갑고. 모여든 영화들을 통해 다른 세계관과 스타일을 만나면서 때론 콤플렉스를 느끼기도, 때론 의기충천하기도 하는 자리이니까요. 게다가 기분 근사하게 자기가 관여한 작품이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라도 하면 엄청 설레기도 우쭐대기도 하지요. 관객들과의 순도 높은 소통이 만들어 주는 색다른 긴장감 때문이기도 하고, 영화를 만들면서 생긴 고생과 상처에 대한 보답과 응원의 시간이기도 해서 그럴 겁니다.

 

여러 의미로 전주는 제게 특별합니다. 제가 만들었던 4편의 영화가 모두 상영되기도 했고, 그중 하나는 ‘제작투자’라는 형태로 제작에 디딤돌을 마련해 주기도 했지요. 말만 그런 게 아니라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제게 쉼과 재충전을 넘어 새로운 모색을 구체화하게끔 도와줬었네요. 그때 당시 프로그래머이자 일꾼이었던 김영진, 이상용, 장병원. 세 분께 아직까지 고마운 마음을 전하지 못했어요. 마시고 떠드느라고. 오늘의 전주국제영화제가 있기까지 참 애쓰고 열심이셨던… “다들 잘 지내시죠?” 김수현 KIM Soohyun

Filmography

<귀여워>(2004), <창피해>(2010), <연소, 석방, 폭발, 대적할 이가 없는>(2012)

Critic’s Note

혐오의 얼굴들
<우리 손자 베스트>가 관객과 만난 2016년. ‘일간베스트’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일베는 2010년대 초 등장한 이래 약 5년간,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군에 의한 폭동이라고 주장하고,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폭식 퍼포먼스를 벌였으며, 통일 토크쇼에서 사제 폭탄을 터트렸다. 물론 여성, 이주노동자, 전라도민, 성소수자 등 사회의 온갖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일종의 유희로서 일베와 일부 남초 커뮤니티의 벽을 넘어 온라인 곳곳으로 곰팡이처럼 번졌던 것 역시 이 시기였다.

 

이 ‘패륜 집단’을 설명할 언어가 필요했을 때 연구자들과 언론,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일베의 등장 이유를 신자유주의의 끝에 선 청년 세대의 좌절과 불안에서 찾았다. 개개인의 청년들을 손가락질하는 것보다 한국 사회가 어디에서 근본적으로 실패하고 있는지를 살피고자 했다는 점에서 이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 하지만 이 담론 안에서 청년 세대의 ‘보편’은 철저하게 비장애인 이성애자 한국 남성의 얼굴로 상상되었고, 청년 안에서 여성과 소수자가 배제되는 만큼이나 남성 청년 안에서의 다양한 차이도 무화되었다.

 

<우리 손자 베스트>는 ‘너도나도 베스트’에서 활동하는 교환(구교환)과 ‘어버이별동대’의 리더 정수(동방우)의 만남을 통해 2010년대 초·중반,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넷우익과 아스팔트 우익*이 성장하고 있었던 한국 사회의 공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영화가 더 정확하게 증거하고 있는 것은 당시 30대 남성 논객들과 40~50대 남성 엘리트 기득권이 주도했던 청년 세대 담론과 노년 세대 담론의 성격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흥미로운 영화는 그 자체로 2010년대의 한 단면을 기록하는 민족지적 사료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때때로 이 작품이 혼란스럽다면, 그건 당시 일베와 어버이 연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이들의 생각과 마음 자체가 혼란스러웠기 때문일 터다. 손희정 SOHN Hee-jeong
*아스팔트 우익: 거리시위와 집회에 열성적인 우익 단체를 일컫는 표현

 

제작 봉두난발, 인디플러그(tax@indieplug.net)
배급 인디플러그(tax@indieplug.net)

AWARDS

2017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2017 춘사국제영화제 신인남우상 수상

2017 들꽃영화상 극영화 감독상 수상

2017 부일영화상 최우수 감독상 후보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JEONJU intl. film festival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