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작 <전쟁을 준비하라>로 로테르담, 뉴욕, 전주를 방문하고 잘츠부르크로 돌아와 쉬고 있을 때였다. <전쟁을 준비하라>에 심사위원특별상을 준 전주에서 메일을 한 통 보내왔다. 디지털 프로젝트에 지원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내가 존경하는 훌륭한 감독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 연락이 무척 반가웠다. 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가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과 그 정신을 늘 응원해 왔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창작자에게 무조건적인 ‘창작의 자유’를 준다.
이 프로젝트가 제한을 두는 건 오로지 ‘시간’이다. 다음번 영화제까지 완성작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곧 준비에 들어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영화를 찍을 장소를 찾아 나섰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불길한 누드 클럽, 신기한 사람들이 모여 지내는 곳을 떠올렸다. 영화제에 답장을 보내고 며칠 말미를 얻어 서류를 준비했다.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가 제안한 내용을 보고 기대감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었다. 서류를 보낼 때쯤 러프한 구성이 떠올랐다. 전주가 요구하는 시간 안에는 완성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한번 도전해 보고 싶기도 했다.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지원금이 주어지겠지만 솔직히 말해 선택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뒤 프로젝트가 승인됐다는 답장을 받았고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다음 영화제까지 영화를 완성해야만 했다.
한 젊은 여성이 미스터리한 세계로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라는 초안을 바라보던 때의 내 상태는 거의 패닉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 이후 작품은 맹렬한 속도로 진행됐다. 팀을 꾸려 그중 일부와 대본 작업을 하는 동시에 나머지 사람들은 우리가 전날 쓴 대본을 바탕으로 캐스팅을 진행했다. 중간중간 라인 프로듀서가 전화를 걸어 배우들을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를 물었다. 그 질문에서 다시 영감이 떠올랐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찌는 듯한 여름 날씨에 신이 나 멋진 자연 풍경에 몸을 맡겼다. 벌거벗은 육체들에 둘러싸여 데드라인을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한걸음씩 전주에 다가갔다. 루카스 발렌타 리너 Lukas VALENTA RINNER
<전쟁을 준비하라 Parabellum>(2015), <우아한 나체들>(2016)
고립과 침범의 경계에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폐쇄된 상류사회와 나체촌이 한데 섞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계층과 경계, 고립, 욕망에 관한 익살스러우면서도 영화적으로 흥미로운 견해를 담고 있는 <우아한 나체들>은 그 결과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오스트리아 출신 루카스 발렌타 리너의 <우아한 나체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교외 지역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감독은 인접한 나체촌의 작은 숲, 안뜰을 뒤덮고 있는 무성한 덤불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골프장, 테니스장, 기하학적으로 잘 다듬은 정원 등을 갖춘 폐쇄적인 부촌을 이중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부촌 거주자들이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고 티타임을 위해 부지런을 떠는 동안, 나체촌 거주자들은 탄드라식 섹스를 하고 환경주의자인 양 수영장 주변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이 기이한 구도 속에 미소로 말을 대신하는 가사 도우미 벨렌(이리데 모케르트)이 들어온다. 댄서로 활동하기도 한 배우 모케르트는 영리하게 계산된 보디랭귀지를 통해 극단적으로 다른 두 환경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샹탈 애커만의 <잔느 딜망>(1975) 속 잔느 딜망에 필적할 만한 무표정으로 단조롭고 힘든 집안일을 해내는 벨렌은 보디가드와의 연애조차도 업무의 연장선처럼 해치운다. 하지만 처음으로 나체촌의 일원으로 모습을 드러낼 때, 벨렌은 나른한 알몸의 사람들 사이에서 매혹적인 생기를 뿜어낸다.
평론가들은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하는 리너 감독이 중산층의 자기 중심주의를 탐구하는 데 영향을 준 인물로 루크레시아 마르텔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을 꼽는다. 또한 관습적이지 않은 신체에서부터 예측 불가한 욕망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인 존재가 갖고 있는 불안정한 단면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동료 감독 울리히 자이들과 스타일 및 주제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리너 감독도 가치 판단을 내리거나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는다.
데뷔작 <전쟁을 준비하라>와 마찬가지로 <우아한 나체들>은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촬영된 작품이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긴장감을 기본으로 깔고 나아가는 영화이기도 하다. 벨렌의 고용주인 다이애나 모자 사이의 긴장감, 그리고 야생 동물처럼 보디 페인팅을 한 나체촌 사람이 감추어 둔 미스터리와 관능 역시 그러하다. 이 긴장감은 잔잔하게 흐르다 폭발적으로 전개된다. 한밤중 벨렌의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위로를 요구하는 다이애나의 행동은 견고한 두 사람의 관계 구도가 붕괴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짜릿한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으로 활용된다. 매기 리 Maggie LEE
제작 Filmgarten, Nabis Filmgroup
배급 Filmgarten, Grandfilm, Santa Cine, Hoanzl
해외세일즈 FiGa Films(contact@figafilms.com)
2016 토리노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2016 테살로니카국제영화제 골든 알렉산더상 후보
2016 스톡홀름국제영화제 청동말상 후보
2016 사라예보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후보
2016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최우수 아르헨티나 감독상·SAGAI 최우수 아르헨티나 남우주연상 수상
2017 다이아고날영화제 다이아고날 대상(작품상)·다이아고날상(사운드 디자인상) 수상
2017 카르타헤나국제영화제 골든 인디아 카르타헤나상 후보
2017 비엔나국제영화제 비안네 영화상 수상
2018 아르헨티나영화비평가협회상 은콘도르상 후보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