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나돌던 박근혜 정부 시절에 <노무현입니다>처럼 시사적 뇌관이 내포된 다큐를 만든다는 것은 나처럼 ‘온건한’ 감독에게는 다소 무모한 도전이었다. 몇 차례 제작 시도가 불발되다 2016년 20대 총선이 여소야대로 나오자, 나는 이를 일종의 에어백으로 생각하고 엑셀을 세게 밟았다. 2017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식에는 당신을 외롭게 하지 않겠다는 나 자신의 사적 의도가 있었다. 당시는 문화계를 향한 탄압이 강해지던 시점이라 제작진 내에서는 개봉이 어려우면 유튜브에 뿌리고 서해의 무인도인 ‘사승봉도’에 은신하자는 얘기까지 우스갯소리로 오갔다.
예산이 문제였다. 영화계의 변방인 다큐를 투자 심의까지 상정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당시 정부 자금이 포함된 다수의 투자 심의를 받을 때 정부에서 파견한 ‘전문위원’이라는 이들에 의해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독립 자금을 모으듯 제작비를 은밀히 수소문했다. 다큐는 동네방네 공개적으로 예산을 모아도 쉽지 않은 터라 모금 과정은 결코 편치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서 선뜻 제작비의 절반을 투자해 주었다. 몇몇 투자자의 경우 구두 약속이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영화제에서 상영본을 본 뒤에서야 입금하는 등 좋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그나마 전주시네마프로젝트가 큰 의지가 되어 결승점까지 간신히 도착하게 됐다. 예상치 못한 가운데 5월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노 대통령의 추모식은 <노무현입니다>가 없어도 결코 외롭지 않았으며, 제작진은 사승봉도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노무현입니다>는 원래의 의도인 추모곡이 아닌 잔칫상에 펼쳐진 축하곡 같은 성격이 됐다. 결과적으로 어려운 시절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도움이 훈훈한 보답으로 이어져 여러모로 다복한 프로젝트였다. 이창재 LEE Changjae
<사이에서>(2006), <길 위에서>(2012), <목숨>(2014), <문재인입니다>(2023)
기억의 파편을 모아 그린 초상
원제는 ‘N프로젝트’. N이 지칭하는 이름만으로도 은밀하게 제작돼야만 했던 이 영화는 노무현을 다룬 첫 다큐멘터리라는 이유로 다큐 장르로는 보기 드문 성공을 거두었다. 블랙리스트가 공공연하던 시절, 진보의 가치와 당대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노무현의 이름은 그런 의미였다. 기록을 향한 ‘역사적 충동’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상수라면, 현실을 질료로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시대’는 예상치 못한 변수이다.
<노무현입니다>는 대통령 노무현보다는 대통령 이전 노무현의 특정 시기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동서화합을 소망하는 진보주의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의 2002년 민주당 국민 경선에 주목해 고난과 역경 속에서 쾌거를 거둔 역전의 드라마에 집중한다. 영화는 이를 크게 두 축으로 엮어, 한 축으로는 집단 기억을 표상하는 과거의 미디어 아카이브를 활용하고, 다른 축으로는 현재적 기억으로 당시 경선에 함께한 ‘노무현의 사람들’의 회고담을 담는다. 따라서 영화는 노무현을 다루지만, 노무현 자체보다 “노무현과” “노무현의” “노무현을” 회상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기억’이 주를 이룬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입니다>는 세상의 길에 흐르는 역사보다 개별 인간의 마음속에 흐르는 역사로서 노무현을 소환한다. 영화는 그를 존경하지만 경외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물의 탈신화화를 시도하는 한편, 장중한 음악과 함께 꼴찌의 성공 서사를 통해 영웅 신화를 재구축한다. 한 시대의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을 기록하는 역사적 충동은 탈신화화와 신화화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감정과 감수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이후 제작된 노무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들의 초석이 된다. 이승민 LEE Seungmin
제작 영화사 풀(fullfilm0525@gmail.com)
배급 CJ CGV(cjcgvmaster@cj.net), 영화사 풀(fullfilm0525@gmail.com)
해외세일즈 영화사 풀(fullfilm0525@gmail.com)
2018 들꽃영화상 다큐멘터리 감독상 후보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