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인의 사랑>은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만들어 간 영화입니다. 영화 속 시인처럼 가슴속에 영화를 품은 채 냉정한 현실에서 방황하며 괴로워하던 저는 전주프로젝트마켓을 통해 처음으로 작품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라는 영광으로 이어졌습니다. 정말 따뜻한 환대였습니다.
어딘가에서 각자의 현실과 싸우며 고군분투하던 영화인들에게, 지금 자신이 무엇으로 쓰이고 불리던,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자기 차례가 돌아온다는 것을 전주국제영화제는 알게 해주었습니다. 영화가 더 많은 관객과 어떤 의미 있는 방식으로 만나야 할지에 관한 건 앞으로 저를 비롯한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풀어야 할 과제이겠지요. 그러나 고도로 상업화되고 있는 지금의 영화계 현실에서 작가가 가슴속에 품고 있는 씨앗이 조금 불친절하고 어설퍼 보일지라도, 만들어질 최후의 영화를 함께 봐줄, 상상해 줄 파트너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제게 그랬듯이 전주국제영화제는 낯설지만 아름다운 영화들에 문을 열어 줄 가장 마지막 존재가 되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건투를 빕니다. 김양희 KIM Yanghee
<보청기>(2013), <시인의 사랑>(2017), <내일의 연인들>(2021)
영혼의 자서전을 쓰다
“마담 보바리, 그는 나다.” 『보바리 부인』을 쓴 플로베르의 말은 유명하다. 찰리 채플린이 연출하고 주연도 맡은 <라임라이트>(1952)를 평하며, 앙드레 바쟁은 플로베르의 위 발언을 인용한 바 있다. <시인의 사랑>도 바쟁이 일컬은 이 ‘자서전’의 계보 속에서 사유할 만한 영화다. 또 <라임라이트>와 함께 논하며 ‘비교의 유령’을 불러올 수 있는 작품이다.
기실 채플린 말년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라임라이트>와 달리 <시인의 사랑>은 김양희 감독의 첫 장편이다. 또 제주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만 살아온 주인공 현택기는 ‘상징’을 다루는 언어를 조탁하는 ‘시인’이며, 감독이 아닌 직업 배우가 연기한다. 실존 시인의 이름 일부를 따온 이 인물을 비롯한 문인들의 글쓰기는, 상징을 벗은 이미지를 조직하여 ‘실재적인 것’을 ‘상상적인 것’으로 대체하는 영화의 창작 과정과는 물론 다르다. 그에 더해 여성 감독과 남성 시인이라는 성차 등의 외연 때문에, 이 작품에서 예술가 김양희의 자전적 단서를 찾으려는 의도가 적확한 일인지를 되물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영화 창작자가 시인이나 다른 예술가들처럼 겪는 창작의 고통은 <시인의 사랑>의 각 장면에 확연히 새겨져 있다. 타지 출신이지만 제주도에서 서점을 열고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를 재료 삼아 감독 자신이 살던 집에서 촬영하여 완성한 이 영화는, 예술가 채플린을 신화적 존재로 칭하며 영화감독과 신화의 변증법적 관계를 논하는 바쟁의 글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그 자신이 연출자이기도 한 배우 양익준은, 성애의 욕망을 포함한 애정을 청년 세윤(정가람)에게 느끼지만 세속적 자산을 양도하고 그를 떠나 보내는 중년 남성 택기를 연기한다. 택기가 겪는 감정, 그리고 그가 내리는 결단은 <라임라이트>에서 채플린이 분한 인물, 칼베로의 상황과 닮았다. 이 역할을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운 양익준의 신체와 표정이 머금은 파토스도 <라임라이트> 속 채플린의 그것과 닮았다. 다만 결국 죽음에 이르는 채플린과 달리, <시인의 사랑>의 말미에서 택기는 삶에 한발 더 다가서게 하는 새로운 사건과 존재를 조우한다. 택기 없인 살 수 없기에 그의 ‘바람’을 감수하고, 시험관 수정을 포함한 온갖 시도를 감행하는 아내 강순으로 분한 전혜진의 세밀하면서도 힘 있는 연기는 어떤 경지에 이르렀다 할 만하다. 이렇듯 배우들의 호연을 이끌어 내고, 어떤 공간이든 삶의 핍진한 파편들을 길어 올리는 장소로 탈바꿈시키는 연출자 김양희의 재능은, 우리로 하여금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신은실 SHIN Eun-shil
제작 영화사진, 미인픽쳐스(screen146@naver.com)
배급 CJ CGV(cjcgvmaster@cj.net)
해외세일즈 화인컷(cineinfo@finecut.co.kr)
2017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각본상 수상
2018 들꽃영화상 극영화 신인감독상·각본상 후보
2018 춘사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후보
2018 시네퀘스트영화제 장편영화 경쟁 부문 후보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