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로서의 영화제”를 꿈꾼

10년
이전 이후

초행

The First Lap
김대환 KIM Daehwan
Korea 2017 100min DCP Color Fiction
Director’s Note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같을까.

 

2016년 11월에 촬영을 시작해 12월에 끝이 났다. 그때의 풍경과 공기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데 6년이나 흘렀다니 새삼 놀랍다. 세상도 많이 변했다. 당시 30대였던 나는 충분히 어렸고 노는 게 엄청나게 좋았다. 30대 후반인 지금의 나는 윗세대와의 세대 차이뿐 아니라 이제는 아랫 세대와의 차이도 경험하게 되었다. 그들의 언어를 즉각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의 태도에서 위화감을 느낄 때도 종종 있다. 이제 노는 것도 엄청나게 좋지는 않다.

 

<초행>은 나에게 많은 걸 안겨줬다. 일단 결혼을 했다. <초행> 덕분에 결혼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시종일관 불안했고 두려웠다. 적은 제작비도 두려움에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였지만, 영화 속 수현과 지영처럼 나 또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는, 어두운 터널 같은 미래 때문에 겁이 났다. 그래도 해야 했다. 도망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기에. 영화를 찍다 보니 달라지기 시작했다. 영화를 찍는 게 신이 났고, 멀고 깊은 터널 끝에서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스태프들과 호흡하고,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화를 만들어가는 상황이 너무나 황홀했다.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생각해 보니 알게 되었다. 모르니까 즐거웠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 그 후에 펼쳐진 결과들이 너무 신선했다. 그때와 같은 영화 만들기를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딱 하나 확신한다면, 엄청나게 재미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오로지 즐겁게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 당시 전주국제영화제 관계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김대환 KIM Daehwan

Filmography

<철원기행>(2014), <춘천, 춘천>(2016, 프로듀서), <겨울밤에>(2018, 프로듀서)

Critic’s Note

‘동행’을 위한 걸음
두 차례의 변덕스러운 가족 방문 여정을 그린 김대환 감독의 <초행>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날카롭게 주제를 파고드는 작품이다. <초행>은 종종 자동차 뒷좌석에서 30대의 남녀 커플을 관찰하는 카메라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평탄하지 않은 7년간의 연애를 반영하듯 지영(김새벽)과 수현(조현철)이 함께 탄 차는 끊임없이 우스꽝스러운 문제들 때문에 방향을 바꾸는 상황에 빠진다. 영화는 장기간의 연애로 침체된 관계 외에도 이 시대 청년들이 처한 위기와 젠트리피케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섬세한 터치로 그려내는데, 종종 음식을 매개로 서사를 풀어 놓는다. 지영과 수현, 그리고 각자의 부모와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는 두 사람의 배경에서 야기되는 경제적 차이가 은근히 드러나기도 하고 세대 사이의 불만도 터져 나온다.

 

영화는 믿기 어려울 만큼 현실적이면서 범상치 않은 연출로 공간적 긴장감을 통해 콩가루 가족의 면면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이는 특히 수현의 허름한 고향 동네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수현의 알코올 중독 아버지가 주량을 초과해 술을 마시면서 처음에는 고정된 와이드 숏으로 보여주던 가족 모임 장면은 후면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아버지와, 전면에서 조용히 괴로워하는 아들 사이를 이동하는 핸드헬드 카메라 움직임으로 바뀌면서 균열이 일어난다. 아들의 침묵과 함께 인물들이 초점 안으로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하면서 평생에 걸친 학대의 서사가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그러나 좋은 사람들끼리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은 여전히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이다. 불확실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영과 수현이 이삿짐 상자에 둘러싸인 채 바닥에 앉아 짜장면을 함께 먹는 친밀함이 드러나는 짧은 순간은 놀라울 정도로 평온하다. <초행>은 효도라는 억압적인 사슬에 단단하게 사로잡힌 영화치고는 과거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감동적이리만치 낙관적으로 그려낸다. 프엉 레 PHUONG Le

 

제작 봄내필름(bomnae.films@gmail.com)
배급 인디플러그(tax@indieplug.net)
해외세일즈 엠라인디스트리뷰션(sales@mline-distribution.com)

AWARDS

2017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현재의 감독 부문 감독상 수상, 청년비평가상 특별언급

2017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실버 아스토르 각본상 수상

2017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후보

2018 들꽃영화상 극영화 감독상 후보

2018 디렉터스 컷 어워즈 올해의 신인감독상 후보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JEONJU intl. film festival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