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나는 자주 깨닫는다. 다큐멘터리 영화란 내가 아닌 남의 삶을 담으면서 나의 신념을 담아내는 예술이다.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는 감독이 출연자와 적절한 거리와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 까닭이다. 출연자의 삶을 수년 동안 훔쳐보면서도, 출연자의 삶에 100% 동조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잔인한 것이다.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님. 탈북자를 위해 평생을 바친 인권운동가다. 탈북자를 구출하는 동안 갑작스런 사고로 외아들까지 잃은 신념의 남자. 아들을 묻은 바닷가에서 통곡하던 그를 바라보면서 나는 엉뚱한 약속을 했었다. “목사님의 삶을 미화하지도, 왜곡하지도 않겠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탈북자 구출 현실’을 카메라에 담고 싶습니다.”
5년의 제작 기간. 제작진은 목사님과 함께 동남아시아의 국경을 여러 번 넘었고, 수많은 탈북자를 만났다. 지난 2018년에 탄생한 <굿 비즈니스>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걸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탈북자의 인권 문제를 고발하는 동시에 바람직한 인권운동 방향을 제시하려던 기획 의도는 빛을 잃었다.
올해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김성은 목사님은 다른 탈북 다큐멘터리인 <비욘드 유토피아 Beyond Utopia>(매들린 개빈, 2022)를 통해 탈북자의 현실을 세상에 알렸다. 해외 매체를 통해 그 다큐멘터리가 4분 이상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울었다. ‘어리석은 감독이 마치지 못한 영화를 출연자가 끝끝내 절정으로 밀고 나가는구나.’ 영화는 이렇게 계속된다. 감독이 못하면 출연자가, 출연자가 못하면 관객이. 다큐멘터리가 못하면 극영화가, 극영화로 모자라면 드라마로. 나도 이 자리를 빌려 다짐하고 싶다. <굿 비즈니스>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해야겠다. 그렇게 탈북자의 현실을 드러내고 바람직한 탈북운동 방향을 관객들과 함께 고민하겠다. 이학준 LEE Harkjoon
<천국의 국경을 넘다>(2008), <밀항선>(2011), <나인뮤지스; 그녀들의 서바이벌>(2012)
탈북의 ‘맥락들’
한국에서 ‘굿(Good)’은 종종 ‘선(善)’이 아니라 ‘돈’으로 이해되곤 한다. <굿 비즈니스>의 ‘굿’ 역시 이와 유사한 맥락의 표현이다. 영화는 북한-중국-동남아-한국의 탈북 과정을 밀착 취재하여 이와 관련된 인권 활동가, 브로커, 그리고 탈북자 들을 담는다. 그러나 이는 선의지 이전에 돈이 매개가 된 비즈니스이고, 이 속에는 각각의 욕망이 선명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영화는 동시대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탈북 실태를 ‘굿 비즈니스’라는 낯선 조어로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경계를 넘는 탈북이 그렇듯이, 다방면으로 경계를 넘나든다. 인물들의 행위가 선인지 악인지 불분명하고, 이들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도 모호하다. 인권 활동가와 브로커의 차이에 대해 질문하고, 북한 인권 보호와 해외 입양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규명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영화의 카메라는 목숨을 건 탈북 여정을 함께하면서 기록자만이 아니라 동반자이자 보호자 역할을 하고, 때론 브로커와 활동가의 곁에서 공범자의 자리와 고발자의 시선을 넘나든다. 영화 속 대상 역시 일방적으로 기록당하는 자들이 아니다. 이들은 카메라를 활용하고 이용해 자기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탈북 여정을 인물과 장소를 넘나들며 종횡무진하는 <굿 비즈니스>는 이성이나 감성이 아닌 몸으로 현장과 대면한 영화다. 동정과 연민 혹은 당위로 탈북의 필요성을 피력하는 방식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탈북의 실태를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포착한다. “탈북자의 탈출을 직접 돕는 국제법이 생기지 않는 한, 탈북 비즈니스는 계속될 것”이라는 마지막 주장은 임팩트 시네마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이승민 LEE Seungmin
제작 Borders. Inc(arisu01@naver.com)
배급 Borders. Inc(arisu01@naver.com)
해외세일즈 엠라인디스트리뷰션(sales@mline-distribution.com)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