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도 봄은 안 보여
짚신이 다 닳도록 온 산을 헤매었네
봄 찾는 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오니
울타리에 매화꽃이 한창인 것을
<국도극장>의 모티브가 된 작자 미상의 오래된 한시(漢詩)입니다. 특별할 것도 없는, 흔해 빠진 격언 같은 이 시가 한때 저에게는 몹시 사무쳤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고 영화를 만들고 사람들과 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다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시를 찾아 다시 읽어 보니 부끄럽지만 아직도 짚신 닳는 줄 모르고 봄을 찾아 온 산을 헤매고 있는 제가 보입니다. 집으로 돌아가서 울타리의 매화꽃을 발견할런지는 모르겠지만, 더 늦기 전에 이 산부터 내려가야겠습니다. 전지희 JEON Jeehee
<국도극장>(2018), <국도극장: 감독판>(2020)
우리들의 ‘극장전’
사법고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던 그 시기, 오랜 고시 공부를 끝마친 기태(이동휘)가 고향 벌교로 돌아온다. 꿈도 열정도 의욕도 패기도 모두 찾아볼 수 없는 그의 곁에 남겨진 것은 아들 걱정으로 잠 못 드는 나이 든 어머니(신신애)나 학자금 대출 문자메시지 같은 것들뿐이다. 막막한 심경으로 취업 준비를 하던 기태는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동네의 낡은 재개봉 영화관인 ‘국도극장’ 매표소에서 일을 시작하고, 그곳에서 간판장이 오씨(이한위)를 만난다.
전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 <국도극장>은 영화 속 극장에 걸린 간판처럼 투박하지만 어쩐지 정감 가는 영화다. 극 중 오씨처럼 ‘척’하지 않는 태도가 미덕인 이 영화는 전직 고시생의 낙향기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쉽게 예상 가능한 갈등 구조나 장면들을 구태여 배제하려 하지 않아 자연스럽다. 불편한 친구와의 만남이나 형제 간의 다툼, 소중한 이들과의 피치 못할 이별 같은 것들이 기태의 삶 일부로 녹아든다. 영화 후반부, 극장 앞에 나란히 앉아 말 없이 담배를 피우는 인물들의 모습은 ‘삶은 원래 그런 거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하다.
그렇게 기태의 일상을 고요히 담아내는 영화에는 사라졌거나 사라질 것들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자연스레 묻어난다. 그것이 많은 이들의 청춘을 집어삼킨 시험 제도이든, 아무도 찾지 않는 오래된 극장이든, 누군가의 알 수 없는 미래이든 영화는 그 쓸쓸함과 외로움까지도 생의 일부임을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삶은 아름다우며(<박하사탕> 간판에 적힌 문구), 더 나은 내일(<영웅본색>의 영문 제목)이 있으리라는 들꽃 같은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박정원 PARK Jeong Won
제작 명필름랩(mfl@myungfilm.org)
배급 명필름랩(mfl@myungfilm.org)
해외세일즈 명필름(jhbaeck@myungfilm.com)
2021 들꽃영화상 조연상 수상, 남우주연상 후보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