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로서의 영화제”를 꿈꾼

10년
이전 이후

아무도 없는 곳

Shades of the Heart
김종관 KIM Jongkwan
Korea 2021 83min DCP Color/B&W Fiction
Director’s Note

<아무도 없는 곳>은 2019년 2월 말에 촬영을 시작해 대략 보름간 10회차의 일정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첫 공개를 했기 때문에 꽤나 빠른 속도로 영화가 완성된 셈이다. 즐거운 추억으로 빼곡하게 찬 짧은 여행이었다. 매번 쉬운 것 없이 긴장감이 높은 촬영 현장이었지만 하루하루 창작의 포만감을 느꼈다. 머지않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회포를 풀듯 첫 상영을 했고 코로나바이러스의 긴 터널 사이 어딘가에서 어렵사리 개봉을 했다. 2022년 일본 개봉 프로모션을 함께하면서 비로소 이 영화와의 공식적인 여정을 마무리 짓는 기분이 들었다. 촬영과 완성의 과정에 비해 관객과 만나는 과정이 길었던 듯싶지만, 그만큼 이 영화로 천천히 많은 의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시작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를 했던 <최악의 하루>와도 붙어 있다. <최악의 하루>와 <더 테이블>의 연장선에서 같은 호기심을 지니고 다음의 질문을 고민하며 <아무도 없는 곳>이라는 영화를 완성했다. 창작의 테마를 지니고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대화극이지만 또 다른 형식의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영화를 완성한 후 시간이 조금 지나고 <아무도 없는 곳>이라는 영화가 나에게 남긴 의미를 떠올려 보자면 영화라는 편지 쓰기를 가장 내밀한 방식으로 해볼 수 있었던 기회라는 점 같다. 영화를 촬영하면서도, 관객을 만나면서도, 또 다른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도, 다시 한 번 <아무도 없는 곳>과 같은 목적의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싶다.

 

나에게 창작은 다리를 짓기 위해 올리는 돌이다. 때로는 긴 영화로 때로는 짧은 영화로 다양한 목적을 지닌 창작들로 징검다리를 만들며 창작의 길을 찾아간다. 때문에 다양한 목적을 지니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나의 길을 찾아가야 하고, 어느 시기에만 가능한 시도들이 있다. 이 영화는 내가 영화를 하면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 있게 해줬고 창작의 길에 가장 튼튼한 징검다리가  됐다.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사랑스런 조약돌 같고, 단단한 디딤돌 같고, 내가 쌓아 올리는 집의 일부이다. 김종관 KIM Jongkwan

Filmography

<최악의 하루>(2016), <더 테이블>(2016), <조제>(2020)

Critic’s Note

이야기의 어귀를 걷다 
<아무도 없는 곳>은 내러티브 중심으로 이해하기보다 형식을 읽어 내려는 접근이 더 어울리는 영화다. 창작자와 스토리텔링의 관계성을 다루는 주제, 두 사람 사이의 대화라는 형식, 현실과 꿈을 느슨하게 연결한 판타지까지 이 영화는 그간 김종관 감독이 오래도록 주목하고 다져 온 주제와 스타일의 모음처럼 보인다. 감독 특유의 섬세한 스타일을 고려하면, 흩어져 있던 것들을 그러모아 하나의 의미로 향한다는 점에서 집대성보다는 ‘조각 모음’이 더 맞춤한 듯하다. 

 

주인공인 소설가 창석(연우진)은 화자(話者)이기보다는 청자(聽者)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영화는 그가 만나는 이들의 사연을 차례로 들려주는 방식으로 흘러가는데, 이 때문에 챕터마다 주인공이 바뀌는 듯한 인상도 준다. 이는 창석이 여러 이야기 속을 통과하며 수집하는 과정이며, 그는 단연 감독이 창작자로서 자신이 견지하는 시선과 태도를 적극적으로 투영한 인물이다. “지어내는 이야기는 없어요. 제가 겪은 얘기 그대로인데 그냥 관점이 있는 거예요. 관점이라는 게 결국은 지어내는 것과 다른 게 없어서요.” 감독은 창석을 통해 이야기, 나아가 영화 만들기라는 창작의 속성을 말한다. 인물들이 떠나가고 빈자리를 물끄러미 주시하는 카메라는 한때 그곳을 채웠을 수많은 사연과 시간들을 상상하게 한다. 

 

스크린으로 목격할 때 가장 아름다운 체험이 가능한 작품이기도 하다. 해가 저무는 때, 인물들이 손에 든 담뱃불이 타들어 가는 만큼 점차 완전한 어둠이 되는 시간을 길고도 차분하게 응시한 순간은 이 영화가 포착해낸 마법이다. 빛과 어둠, 시간성의 예술인 영화의 본질을 꿰뚫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이은선 LEE Eunsun

 

제작 볼미디어(jennaku@gmail.com, volmedia@volmedia.kr)
배급 엣나인필름(atnine@at9film.com)
해외세일즈 케이티알파(intlsales@kt.com)

AWARDS

2022 들꽃영화상 촬영상 후보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JEONJU intl. film festival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