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로서의 영화제”를 꿈꾼

10년
이전 이후

세자매

Three Sisters
이승원 LEE Seungwon
Korea 2020 115min DCP Color/B&W Fiction
Director’s Note

<세자매>를 처음 탈고한 시점이 2017년 겨울쯤이었던 것 같다. 문소리 선배에게 초고를 드리고 흔쾌히 함께하자는 승낙을 받았을 때만 해도 나는 <세자매>가 재빨리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껏 써왔던 시나리오 중에 주변 반응도 가장 좋았고 영화 특성상 제작비 부담도 적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여성영화 한 편을 응원해 줄, 단 하나의 투자자는 있지 않겠나 하는 기분 좋은 바람도 한몫했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4년이란 세월 동안 단 한 군데의 투자자도 나서지 않았다. 가장 큰 기대를 했던 영화진흥위원회 심사 또한 세 번이나 낙방했다. 한마디로 참혹했다. ‘아… <세자매>란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4년을 흘려보내면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내 자신이 너무 씁쓸했다. 그러다 문득 전주시네마프로젝트가 떠올랐다. 내 첫 단편영화와 두 번째 장편영화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초청해 준 인연 덕분에, 정확하진 않아도 1억 원가량의 제작비를 제작투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어렴풋한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그 누군가 그랬었지,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우리는 다급한 심정으로 전주의 문을 두드렸고, 전주국제영화제 측에선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반갑게 <세자매>의 손을 잡아 주었다. 1억 원이란 소중한 시드머니가 생긴 우리는 그 뒤로 거짓말같이 일이 잘 풀려 4년 동안 풀지 못했던 매듭을 단 몇 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해결했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4년간의 간절함은 코로나 따윈 문제도 아니게 만들었다. 후반작업까지 끝내고 코로나로 인해 쓸쓸해진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중 딱 한 번 <세자매>를 상영했다. 그 이후로 영화는 극장 개봉을 했고 8만 명 남짓한 관객이 극장을 찾아 주었다. 또 각종 영화제를 통해 여자연기상 부문은 거의 싹쓸이하듯 <세자매>가 받아갔다. 아직도 OTT나 IPTV로 꾸준하게 사랑 받고 있으며, 개봉하고 3년이 지난 지금도 전국 여기저기에서 <세자매>에 대한 관심을 전해 듣고, GV 요청 또한 받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시작될 수 있게 해준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세자매>와 같이 꼭꼭 숨겨져 있는 귀한 프로젝트를 더욱 아낌없이 지원해 주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이승원 LEE Seungwon

Filmography

<소통과 거짓말>(2015), <해피뻐스데이>(2016), <세자매>(2020)

Critic’s Note

‘사과’의 권력 
아무렇지 않은 척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던 세 자매, 소심덩어리 희숙(김선영), 가식덩어리 미연(문소리), 골칫덩어리 미옥(장윤주)이 아버지 생신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부모에게 진정한 사과를 받고 싶었던, 문제적 자녀들은 여기에서 결국 폭발한다. 영화는 미연을 중심에 두고 희숙과 미옥의 일상을 비추면서 세 자매가 해결할 수 없었던 원가족의 상처, 그 기억의 매듭을 풀어 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차근히 달려와 엄청난 파열과 쾌락의 절정을 선사하는 이 영화의 핵심어는 가부장제 안에서 가해를 하고 피해를 입은 이들 사이에서 필요한 의식으로서의 ‘사과’다. 그러므로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사과하는 사람과 사과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해야 할 사람과 받아야 할 사람이 올바른 형식을 갖추어 이루어지는 ‘사과’라야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을 터. 사과를 밥먹듯이 하는 희숙과 사과를 하지 않(못하)는 아버지는 가부장제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대표한다. 아쉽지만 영화에서 이 둘 간에 제대로 된 ‘사과’는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저 나름의 방법으로 자해를 통해 모종의 짧은 안식을 얻을 뿐.

 

<세자매>는 각기 다른 결혼 생활을 하는 세 여성이 2020년의 한국을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섬세한 여성 서사로 펼쳐 보인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 각각이 돋보이는 ‘배우의 영화’이기도 하다. 궁핍해 파탄 나버린 가정을 일방적인 희생으로 안아 보려는 희숙, 위선적인 종교 활동으로 중산층 가정을 유지해 보려는 미연, 없는 재능으로 괴로워하고 알콜 중독의 구제불능이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남자와 가정을 꾸려 보려는 미옥의 삶에는 이 시대 여성의 편린이 속속 들어 있다. 그 모든 일들 이후에도, 세 자매는 살.아.간.다. 어쩌면 이제는 같이. 그렇게 세 자매는 무력했던 어린 시절의 한때를 담은 옛 사진을 대신할, 이제는 활짝 웃는 ‘셀카’를 찍으면서 오늘의 풍경을 바꿔 나간다. 심혜경 SIM Hyekyong

 

제작 영화사 업(studioup2018@gmail.com)
배급 리틀빅픽쳐스(sales@little-big.co.kr)
해외세일즈 엠라인디스트리뷰션(sales@mline-distribution.com)

AWARDS

2021 백상예술대상 영화 여자조연상 수상, 영화 여자최우수연기상·영화 여자신인연기상 후보

2021 부일영화상 여우조연상 수상, 최우수 감독상·각본상·여우주연상 후보

2021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 수상, 영평 10선 선정

2021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 수상, 감독상·각본상·여우조연상 후보

2021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여자연기자상 수상

2021 황금촬영상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2021 춘사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신인여우상 후보

2021 아시안 필름 어워드 여우조연상 후보

2021 페로아일랜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2021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각본상·여우조연상 수상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JEONJU intl. film festival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