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로서의 영화제”를 꿈꾼

10년
이전 이후

정말 먼 곳

A Distant Place
박근영 PARK Kunyoung
Korea 2020 115min DCP Color Fiction
Director’s Note

<정말 먼 곳>의 시나리오를 막 탈고하고 나서 영화에 등장하는 시 「정말 먼 곳」을 쓴 박은지 시인과 만난 적이 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막 선정이 되어 본격적으로 제작 준비에 들어갈 무렵이었다. 시나리오와 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시인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정말 먼 곳’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시인은 ‘도달할 수 없는 곳’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거리감’이라는 것은 어떤 감각일까. 익숙했던 장소가 문득 낯설게만 느껴질 때가 있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내가 이 사람을 정말 모르는구나’라고 느낄 때도 있다. 우리에게는 끝내 도달할 수 없는 거리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관계는 얼마나 어렵고 나는 그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가.

 

때로는 멀고 어색한 것으로부터 위안과 친밀을 느끼기도 한다. 감사하게도 <정말 먼 곳>을 만들고 상영하며 다양한 도시의 사람들을 만났다. 가끔씩은 그들이 누구와 어떤 사연으로 그 도시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이 영화를 어떻게 공감하게 했는지 들을 수 있었다. 행운이고 벅찬 일이었지만 동시에 무거웠다. 다른 나라에서의 상영을 마치고 난 후 마주한 이야기 중 가장 자주 언급되고 전제가 된 것은 ‘한국은 아직 차별금지법이 없는 국가’라는 것이었다. ‘아직’이라는 말이 무겁고 부끄러웠다. 가장 먼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다시 보게 되는 것이다.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근영 PARK Kunyoung

Filmography

<스윙>(2012), <사일런트 보이>(2014), <한강에게>(2018)

Critic’s Note

멀어짐과 이어짐 
“우리 어디 먼 곳에 가서 살까?” 강고한 제도적 호모포비아와 여전히 대결해야만 하는 한국의 성소수자 서사에서 자주 마주치는 쓸쓸한 대사다. 여기서 ‘먼 곳’은, 장소라기보다는 대안적 삶을 뜻할 터다. 하지만 장소 역시 사소한 변수는 아니다. 이국적 풍경은 상상의 여지를 허락하고, 자연을 지척에 둔 일상은 생의 핵심과 자아에 집중하는 일을 쉽게 할 수 있으므로. 박근영 감독이 주인공 진우(강길우)를 위해 고른 화천은 바로 그런 장소다.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있는 곳. <정말 먼 곳>에 제작자 겸 배우로 참여한 장우진 감독이 <춘천, 춘천> <겨울밤에>를 통해 강원도를 한국 관객에게 새로 소개했듯이, 박근영 감독도 화천의 이국성과 공간성을 영화의 몸체로 삼는다.

 

연인 현민(홍경)과 떨어져 동생의 딸 설을 양육하며 살기로 결심한 성소수자 진우는, 서울을 떠나 이주한 화천 목장의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잠정적 평안을 얻고 목장주 중만의 가족과 매일 끼니를 같이 먹는 식구가 된다. 중만의 어머니와 딸, 진우와 설이 둘러앉은 밥상은 겉보기에 헤테로 정상 가족의 식사 이미지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사랑의 가능성을 찾아 헤매다 이주민이 되었지만 진우는 어느새, 주변을 둘러싼 타인에게 ‘받아들여진’ 평온함을 더욱 사랑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영화의 최대 사건인 동생의 방문과 아우팅은 얼핏 억압받는 성소수자 인권을 영화의 주제로 확인시키는 듯 보이지만 진우의 이후 움직임은 세계와의 연결을 한사코 유지하려는 절벽 끝 아웃사이더의 번민이야말로 <정말 먼 곳>의 관심사임을 가리킨다. 목가적 아름다움을 민망해하지 않는 회화적 촬영도 진우가 욕망하는 삶이 예외적이라기보다 지극히 보편적임을 부연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혜리 KIM Haery

 

제작 봄내필름(bomnae.films@gmail.com), 찰나(moment@chalna.kr)
배급 그린나래미디어(greennaraemedia@naver.com)
해외세일즈 엠라인디스트리뷰션(sales@mline-distribution.com)

AWARDS

2020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국제장편경쟁 후보

2020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후보

2021 파리한국영화제 관객상 수상

2021 피렌체한국영화제 심사위원상(인디펜던트) 수상

2021 부일영화상 신인남자연기상 후보

2021 아웃페스트 로스앤젤레스 LGBTQ 영화제 극영화 부문 대상 수상

2021 뉴페스트: 뉴욕 LGBT 영화제 극영화 부문 대상 수상

2022 들꽃영화상 신인배우상 수상, 극영화 감독상 후보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JEONJU intl. film festival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