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로서의 영화제”를 꿈꾼

10년
이전 이후

시간을 꿈꾸는 소녀

Girl who dreams about time
박혁지 PARK Hyuckjee
Korea 2022 111min DCP Color Documentary
Director’s Note

영화는 판타지다. 관객은 작가가 만들어 놓은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한다. 이 명제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도 적용된다. 현실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촬영과 편집이란 공정 속에는 주관적인 작가의 세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를 촬영할 수 없고, 연기가 아닌 실제의 삶을 사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르이기에 다큐멘터리는 판타지를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픽션영화 중에 SF 장르를 유독 좋아한다. 특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다가올 시간대에 펼쳐지는 이야기를 선호한다. <시간을 꿈꾸는 소녀>의 기획은 이런 나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다.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아니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녀를 2015년도에 만났다. 강신무 ‘수진’은 점을 보기 위해 자신을 찾아오는 손님에 관한 꿈을 이들이 방문하기 하루 전에 꾼다. 그 꿈을 통해 수진은 생면부지의 손님에 관한 정보를 이미 얻은 채 그들과 만난다. 심지어 그들의 다가올 시간에 관한 단서마저도 꿈을 통해 알게 된다고 했다. 2022년 영화를 완성하고 난 지금, 나는 다가올 시간을 미리 촬영할 수 없는 다큐멘터리의 한계 속에서 벗어나 수진을 통해 SF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지난 1월,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극장 개봉해 국내 관객들과 만났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이 던지는 평가와 질문을 받는 ‘관객과의 대화’는 감독인 내게는 늘 설레고 즐거운 시간이다. 그리고 이때 매번 공통적으로 나오는 질문이 한 가지 있었다. ‘시간을 꿈꾸는 소녀’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를 묻는. 말 그대로 주인공 수진은 매일 밤 다가올 시간에 관한 꿈을 꾼다. 손님뿐 아니라 본인과 관련된 것도 예지몽을 통해 알곤 한다. 그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녀에 관한 이야기라는 의미가 첫 번째다. 그리고 영화를 만들어 가며 더 중요한 의미가 담기게 되었다. 사람이 무언가를 선택했다고, 어떤 운명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사라질 수 없다는 것. 무당이라는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수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꿈꾸며 살아간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그녀가 아직 내디뎌 본 적 없는 미증유의 시간에 관해서다. 나 역시도 수진과 다르지 않다. 매 순간 선택하고 때로는 후회도 하지만 나는 늘 꿈꾼다. 내 삶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라면 주인공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박혁지 PARK Hyuckjee

Filmography

<춘희막이>(2015), <오! 마이 파파>(2016), <행복의 속도>(2020)

Critic’s Note

선택된 자의 선택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존재를 깨닫기도 전에 신의 간택을 받은 아이. 어쩌면 신의 영역일 미래를 엿보려는 사람들을 대신해 그들의 꿈을 꾸지만, 아이는 신의 대리자로서의 운명과 평범한 삶 사이에서 오랜 혼돈의 시간을 홀로 겪어야 했다. 2022년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인 박혁지 감독의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신이 점지한 삶과 스스로 선택한 꿈이라는 두 갈래 기로에 선 스물여섯 권수진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네 살에 처음 신기를 보인 후 무당이 된 수진은 대학생이 된 후 주중에는 광고 기획자를 꿈꾸는 대학생으로 지내고, 주말에는 할머니가 기다리는 산속 신당에서 점을 보는 생활을 지속한다. 

 

애초 양립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몸도 마음도 버거워진 수진의 요청으로 다큐멘터리는 3년간 촬영이 중단되었고, 영화는 이 기간을 포함한 7년여의 시간을 담고 있다. 일견 관조적으로 보이지만 누구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여정을 통과하는 스물여섯 청년의 일상과 선택, 성장의 과정이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깊은 응원의 시선 속에 담겨 마음을 울린다. 한껏 움츠린 모습으로 꽁꽁 얼어붙은 산속 외딴 집과 신당을 종종걸음으로 오가는 수진의 뒷모습을 담던 영화는, 긴 시간을 통과하여 어떤 선택에 이르렀을 때 문득 카메라를 움직여 여름날 바닷가에 선 그의 뒷모습을 돌아 화면 가득 들어찬 수진의 얼굴에서 멈춘다. 그것은 신이 내린 운명만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운명을 살기로 한 용기 있는 이의 얼굴이자, 여전히 또 다른 선택과 꿈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감독의 바람이자 응원일 것이다. 모은영 MO Eun Young

 

제작 하이하버픽쳐스(oojooejoo@gmail.com)
배급 하이하버픽쳐스(oojooejoo@gmail.com), 영화사 진진(jinjinpic@gmail.com)
해외세일즈 엠라인디스트리뷰션 (sales@mline-distribution.com)

AWARDS

2022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 다큐멘터리상 후보

2023 원월드- 국제인권다큐멘터리영화제 작품상(국제경쟁) 후보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JEONJU intl. film festival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