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로서의 영화제”를 꿈꾼

10년
이전 이후

삼례

Night Song
이현정 LEE Hyun-Jung
Korea 2015 94min DCP Color Fiction
Director’s Note

이른 새벽, 영화 속 안개가 자욱한 풍경은 무척 매혹적인 순간이 아닐까 싶다. 그 안개가 걷히면 상상할 수 없었던 다른 진실이 드러나는 것은 우리가 삶에서 마주치는 단면들과도 닮아 있다. 마치 우주로 가는 성층권의 운무처럼. 그러나 우리 삶 속의 감촉, 에너지, 목소리. 그러한 것들은 우리가 삶에서 마주치는 단면처럼, 생각보다 넓고 깊은 미지의 세계다.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삼례가 그러한 곳이었다. 그 기운에 성큼 다가서지는 못했지만, 이미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사라지기 전에 남겨야 했다. 그렇게 시나리오라는 또 다른 안갯속에서 머문 시간을 지나고 나니 다시 우주 어딘가를 떠다니는, 부유하는 물체가 되었다. 일렬로 정렬된 행성들 사이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꿈을 꾼 뒤에 만난 세계가 바로 영화 <삼례>다. 전주 옆에 자리한 아주 작은 동네이지만, 우주와 같은 무한대의 풍경으로 나를 맞이해 준 그 시간을 잊을 수 없다.

 

2015년 2월, 영화 <삼례>를 촬영하면서 온전히 그곳의 겨울 속에 있었다. 시린 만경강과 오래된 오일장터, 그리고 성당. 오일장에서 만났던 생명력을 뿜어내는 삶과 죽음의 에너지는 얼마나 강렬했던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올해 다시 찾은 그곳은 그사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아마도 작품이 만들어지자마자 그때의 그곳들은 개발이 되어 새롭게 변신을 한 모양이다. 이제 그곳은 영화 <삼례> 속에서만, 마치 기억 속에 남겨진 듯 다큐멘터리처럼 남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게 삼례는 영화이자 현실, 그리고 기억과 역사를 품은 작지만 커다란 세계이다. 이현정 LEE Hyunjung

Filmography

<원시림>(2012), <용문>(2013)

Critic’s Note

‘공간의 환상’을 거닐다 
<삼례>를 관장하는 신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현정 감독의 <삼례>에는 여러 종교가 뒤섞여 서로 다른 신들이 공존한다. 희인(김보라)은 십자가와 부적을 함께 들고 다니고, 성당에 가 기도하는 동시에 무당인 할머니의 말을 통해 전생을 느낀다. 그러나 인물들은 위안을 찾기는커녕 도리어 고통에 신음한다. 지리한 삶에 제각각 끼어드는 신들의 묘합은 차라리 없어야 마땅한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아는 작은 마을 삼례에서 희인은 과거의 유령에 사로잡혀, 그리고 일찌감치 예정된 미래에 귀속되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운명이다. 운명을 말해야 한다면, 어떤 신에게 빌어야 할까?

 

그러는 사이 <삼례>는 삼례라는 장소의 풍경을 어쩐지 징글맞게 그린다. 개들이 뜯어먹는 닭 모가지처럼 역한 이미지가 돌연히 부풀어 오르거나 승우(이선호)의 시점 숏을 통해 클로즈업된 닭의 내장이 번뜩 등장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비좁은 곳에서 여성은 ‘보이지 않’아야 하거나 확연히 ‘노출’되는 양극단에 자리한다. 닭이 인간의 손에 심상하게 죽어 나가듯 긴 머리는 폭력에 잘려 나간다(이미 수백 년 전 그곳에서 살이 하나씩 잘려 나가 죽은 여자(들)가 있었던 것처럼). 이 모든 여정의 중심에는 승우가 쓰는 시나리오가 있다.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그에게 희인은 영감의 모태가 되어 준다. 모태? 정말 그렇다. 승우의 엄마가 전화 너머 목소리로만 성가시게 등장한다면, 엄마의 부재에서 기인한 희인의 결핍은 승우에게 신비한 자극이 되기에 적절하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계집애”이자 “뮤즈”로서 살아남는(혹은 사라지는) 여자는 자신이 ‘신적’인 존재인 줄도 모르고 다른 신을 찾아다녔던 건 아닐까? 이런 망상을 촉발하는 환상이 <삼례>에 어지럽게 녹아 있다. 이보라 LEE Bora

 

제작 리람(raalm9336@gmail.com)
배급 인디플러그(tax@indieplug.net)
해외세일즈 미로비젼(sales@mirovision.com)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JEONJU intl. film festival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