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2016년, 엄마의 죽음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한 달여였다. 기적은 없었고, 죽음은 매정하게 다가와 엄마의 마지막 숨결을 거두어 갔다. 이후 나는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에게서 시작된 질문이 우리, 그리고 인간의 죽음으로까지 확장됐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죽음보단 사는 것에 더 신경을 쓴다. 죽음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만 보더라도 살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복제하고 숙주를 찾아 자신을 변형시켜 나가지 않는가. 이 모든 것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의미한다. 우리 인간도 다른 물질들과 다를 바 없다.
엄마의 장례를 치르던 그날을 떠올려 본다. 죄 없는 엄마의 삶을 앗아간 운명을 원망하던 내게 신은 어려운 문제를 던지는 것 같았다. 마치 엄마가 버리고 간, 쓸모 없어진 육체 앞에 서 있는 기분이랄까?
죽음을 고민할수록 그 답은 늘 ‘삶’으로 돌아온다. 그만큼 나는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깨닫고 싶은 것이 아닐까? 자연재해가 있지 않은 한 수백 년을 살 수 있는 나무들만 보아도 인간의 삶은 너무도 짧다. 살아가는 동안엔 마치 불붙은 성냥개비처럼, 인간의 냄새를 한껏 퍼트리며 아름다움과 추함을 열정적으로 불태운다. 마치 죽음을 잊고자 하는 것처럼… 윤재호 Jéro YUN
<마담 B>(2015), <뷰티풀 데이즈>(2018), <파이터>(2020), <송해 1927>(2020)
죽음으로부터, 삶으로부터
윤재호 감독의 자전적 경험에서 시작된 다큐멘터리 <숨>은 인간 삶의 끝, 즉 죽음에 관해 다루고 있다. 영화 전반부, 감독의 내레이션과 더불어 등장하는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재가 되어 사라지는 불은 각기 탄생과 죽음이라는 상징을 배태한다. 그리고 탄생과 죽음 사이에 삶이 놓여 있다. 살아 있기 위한 움직임,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숨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르는 가장 본질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암 선고를 받고 불과 한 달여 만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이 가져온 충격은 죽음이라는 인간의 본질적 운명에 대한 상념에 이어 죽음을 가까이서 바라보는 이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세상 모든 것에 시작과 끝이 있듯, 죽음은 삶이라는 현상의 가장 자연스러운 일부다. 그러나 삶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의지는 죽음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터부시한다. 감독은 죽은 이의 마지막을 보살피는 장의사, 고독사 한 이들의 집을 정리하는 특수 청소부의 일과를 따라가며 터부시되는 모든 것, 죽음 뒤에 남는 것을 마치 현미경처럼 들여다본다. 갑자기 닥쳐온 죽음에 대한 경험은 역설적으로 현재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고, 죽음에 대한 탐색에는 필연적인 삶의 여정으로서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감독의 생각이 담겨 있다. <숨>은 삶의 과정과 죽음의 순간이 연결되어 우리 곁에 존재하는 방식으로 고인의 몸을 닦고 시신을 화장하는 장례 과정의 디테일과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장의사 부부의 선택을 영화 속에 담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전화(轉化)하는 것. <숨>은 필연적이지만 두려운 운명인 죽음과 화해하려는, 인간이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숙제를 던져 주는 작품이다. 최은영 CHOI Eun Young
제작 시네마로드(babonoom@hanmail.net), 빈스로드(jungyunjae77@naver.com)
배급 시네마로드(babonoom@hanmail.net)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