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삼사라>는 내 영화 인생에서 꼭 필요한 여정이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성장한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고, 타 문화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이를 배우려는 의지를 통해 발전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한 상호 배움은 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우리는 라오스와 잔지바르에서 촬영을 하면서 그곳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화를 매개로 서로를 알아갔다. 그리고 촬영 전에는 현지 영화학교 학생들과 워크숍을 하면서 영화의 틀을 잡거나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자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놀라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의 문화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칫 다른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우리는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서만 살아갈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이야기들은 중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서구 문화가 영화를 독점할 수는 없다. 강대국이 아닌 나라의 문화도 영화를 통해 드러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쏟아지는 서구 문화 이미지에 문화적 다양성이 침식될 것이다. 이 영화는 완성하기도 전에, 즉 좋은 영화가 될지 그렇지 않은 영화가 될지를 알기도 전에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이 영화를 통해 훨씬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인생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인생과 연결돼 있으며, 나는 기꺼이 그 여정에 동참하였다. 로이스 파티뇨 Lois PATIÑO
<죽음의 해안 Coast of Death>(2013), <붉은 달의 조류 Red Moon Tide>(2020), <별을 심는 자들 The Sower of Stars>(2022)
영화에 비친 ‘겹’들의 세계
<삼사라>는 영혼의 순환에 대한 영화다. 거대한 코끼리로, 불가사리로, 아기 염소로 태어나는 이의 전생과 후생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하나의 개체 아래 여러 생들이 잠재된 겹침의 세계를 다룬다. 동시에 <삼사라>는 이미지의 윤회를 상상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다른 영화에서라면 단순한 미적 표현처럼 여겨질 수 있는 중첩 이미지는 <삼사라>에서 어떤 존재로도 환생할 수 있는 가능태로서의 삶(들)을 암시하는 특권적인 형상이 된다.
영화의 앞부분은 라오스에 사는 10대 승려의 이야기를 따라가고, 뒷부분은 잔지바르에서 해조류를 양식하는 여성들을 보여준다. 각각 죽음으로 끝나고 탄생으로 시작되는 두 이야기 사이에서 윤회의 감각을 읽어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삼사라>가 진정 흥미로워지는 순간은 영혼이 한 몸을 떠나고 다른 몸으로 정착하기 전, 그 붕 뜬 사이의 존재 상태를 영화로 가져오려 할 때다. 영화는 노인이 죽은 뒤 그녀의 영혼을 따라 환생의 중간 지대인 바르도(bardo)에 진입한다. 영화가 자신의 신체를 떠나 영혼에 이르는 방법은 무얼까. 로이스 파티뇨의 제안은 16mm 필름의 물질성만을 남겨 두는 것이다. 내러티브와 이미지, 숏과 숏의 연결처럼 영화를 전진하게 하는 요소는 휘발되고 남은 것은 필름의 질감, 색조, 깜빡이는 섬광의 운동이다. 심지어 영화는 인간의 사후에도 남아 있는 감각이라고 알려진 청각만을 열어 둔 채, 관객에게 눈을 감을 것을 권한다. 죽음과 환생 사이의 모호한 영역은 지각의 변화에 동참하며 기꺼이 죽음의 상태에 가까워지려는 관객-신체의 참여와 필름의 물성이 협동하는 수행적 무대가 된다.
<삼사라>에서 감각 지각의 변화는 비단 명상적 체험을 위한 조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윤회를 체화하기 위해 영화는 자연과 동물에 대한 탈인간 중심적 인식을 권한다. 하나의 존재를 가능성의 총체로 응시하는 것. 나와 다른 존재 사이의 연원을 공유하는 것. 그로부터 세계는 촘촘해진다. 영혼의 증량을 돕는 영화가 있음을 믿는다. 김예솔비 KIM Yesolbi
제작 Señor & Señora
배급 Curzon
해외세일즈 Bendita Films Sales(info@benditafilms.com)
2023 베를린국제영화제 인카운터스 부문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