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2017년 5월 9일 오후 7시, DI실에서 <노무현입니다>에 출연한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스킨 톤을 잡고 있었다. 노트북 화면에 출구조사 결과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라는 자막과 함께 그의 환한 얼굴이 등장했다. 노 대통령의 뒤안길을 말하는 무거운 표정과 온전히 밝지만은 않은 웃음을 짓는 당선인의 표정, 두 화면이 겹치며 묘한 데자뷰를 느꼈다. 그 자리에서 다음 다큐를 결정했다. 강한 직감이 불러온 선택들은 드라마틱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호된 과정을 예견하기도 한다. 지금 상태에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과정은 후자에 속했다.
2018년에 기획을 해 2019년에 청와대에 정식으로 제안했다. 기별이 없었다. <노무현입니다>에서 알게 된 분들을 통해 소위 ‘줄’도 댔지만 반응은 없었다. 대통령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전공과는 무관하게 국가 기념식 연출을 두 번씩 맡았다. 대통령과 악수만 하고 끝났다. 대통령 퇴임 전까지 30년 가까이 쌓아온 섭외 역량을 모조리 쏟아부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5년간의 냉동된 ‘해바라기’로 남았다. 솔직히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DI실의 그 직감이 원망스러울 만큼, 다시 겪고 싶지 않을 만큼 야속한 주인공이다. 물론 장구한 세월을 버티게 할 만큼 매력적이긴 하지만.
서구인들은 아시아에 대해 늘 정치·사회·제도상에서의 우월감을 드러내곤 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기술과 경제 면에서 큰 발전이 있었지만 민주적 시스템은 낙후돼 있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섭외를 시작한 2018년은 박근혜 정부에서 탄생한 ‘헬조선’이 ‘K-시리즈’에 자리를 내주는 시점이기도 했다. 나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여러 고통을 극복하며 정점에 오르고 있다고 판단했고, 문재인의 청와대를 여실히 드러내어 ‘K-Democracy’의 한 측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기획은 물 건너갔다. 야속한 주인공과 지금의 여러 면에서. 물론 여러 정황을 살펴봤을 때 제작진이 ‘사승봉도’를 찾게 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노무현입니다> 노트를 참조하길!). 어쨌든 2018년에 시작된 여정이 이제서야 결실을 맺게 되었다. 내 다큐 인생에서 가장 긴 여정이었다. 이창재 LEE Changjae
<사이에서>(2006), <목숨>(2014), <노무현입니다>(2017)
권좌에서 물러나 지상으로
이창재 감독은 생의 의미와 운명의 아이러니에 대해 사유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왔다. 이 주제는 신내림을 받는 순간 자신의 인생은 사라지는 대무의 삶을 그린 <사이에서>부터 속세를 떠나 진리를 구하는 비구니를 관찰한 <길 위에서>,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목숨>, 시대의 표상이 되었지만 스스로 생을 마감한 대통령 <노무현입니다>까지 그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한다. 감독은 여기에 새로운 인물을 추가하며 또 한 번의 도전을 한다. 바로 권력에서 내려온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정치인을 다룬 영화는 대개 권력을 잡는 과정이나 재임 기간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이 다큐는 관습적인 영화 문법의 반대편에서 대통령의 퇴임 직후 그가 반려견, 아내, 비서에게 둘러싸여 집안일과 정원을 가꾸는 일상을 보여준다. 오랜 동료들이나 임기 동안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진술은 그의 습관과 태도, 정치 수행 방식을 알려주며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정치에서 일어난 일들을 복기한다. 하지만 이 모든 기록들은 민주주의 제도를 실현한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업적보다는 낙원이 아닌 지상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한 인간의 이미지를 목격하게 한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의 삶, 정치에 몸담았던 세월을 뒤로하려는 그의 시도는 몇몇 극단주의자들의 외침과 과거의 결정이 최선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얼룩진다. 그가 조롱과 욕설에 침묵으로 대응하며 작고 새로운 생명을 심고 돌보는 움직임에 집중하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꿈꾸었던 ‘민주적인 세상’에 대한 태도이자 희망일 것이다. 문성경 Sung MOON
제작 다이스필름(singlesny@naver.com)
배급 (유)엠프로젝트
대안, 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의 지형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 왔다.
전주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